리뷰/기타

[일드] 오센(2009) 1-10화

살랑이는봄밤 2009. 1. 25. 01:16




여러가지 환란을 겪으며 싸그리 짓밟혀 사라지고
겨우 숨만 이어가는 응급실 환자와도 같은 우리의 전통과는 달리
일본의 전통은 꽤나 영리하게 명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일본'의 선명한 이미지들-초밥, 기모노, 가부끼
그들의 보이지 않는 피나는 노력과 전략을 말해준다고나 할까.


그런 일본에서도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인가보다.
이 드라마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맛깔스럽게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음식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을까 하는 정성어린 마음이라는 것과
그 정성과 마음가짐이 
싸고 대중적인 음식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잇쇼우안'은 대대로 여주인이 그 맛을 지키고 이어온 고급 요정으로
재료 하나 하나의 본연의 맛을 살려 
요리 이상의 작품으로서의 요리를  손님에게 선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워낙 고급 요릿집이다 보니
오는 손님이 적어 매상이 고만고만하고
사람들의 손길이 뜸해져 맥이 끊어지는 거래처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대로 이어온 맛을 지키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여주인의 모습이 안타깝다.


적당한 맛과 적당한 정성이 들어간 요리가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보통 사람으로 살면서
매일 고급 요리집에서 최상의 재료로 만들어낸 최고의 요리를 먹으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바뀐 세상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전통의 맥을 이어줘야 하고, 그들의 솜씨와 노력을 알아줘야 한다.
후대에 대대로 물려줄 무형의 자산을 잘 지켜 이어주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제가 아닐까.










아오이 유우의 천진난만한 미소와
일본의 전통 음식
화려하고 다양한 기모노와 볼거리들이
의미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룬 내용과 어우러져
오랫만에 일드를 보고 뒷맛이 씁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