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신년을 맞이하며 거창하게 세운 계획 중 하나는 한겨레21 정기구독이었다.

아는 체 하는 것 좋아하는, 허영심이 적잖은 나지만 유독 시사 상식, 정치, 역사엔 아는 것이 적고 배움이 모자라서 누가 물어볼라치면 조개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눈치 보기 일쑤였다. 나중에 시간 날 때 알아봐야지, 무심결에 넘겨버렸던 수많은 현안들. 그러나 나는 기실 알고 있었다. 나중에 그것들을 위한 시간은 결코 나지 않을것이라는 걸.

정치는 골치 아프니 난 그냥 모르고 살래요 헤헤. 뭐 이딴 백치미가 먹어주던 시대는 지났잖아요.

시사주간지라도 좀 꾸준히 읽어보면 어지간히 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신청한 한겨레21. 아예 작정하고 빨간 펜 잡고 밑줄 그으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그런데... 진도가 안 나간다.

촌철살인 문장엔 밑줄 긋고, 헷갈리는 단어는 동그라미도 치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것저것 첨삭하다보니 나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아. 이미지 맵핑 한답시고 노트에 연상되는 핵심 단어들 적는데 설명들은 왜 이리 장황해. 조봉암 사형, 유신헌법, 인혁당 사건 등등. 겨우 카테고리 네 개를 짚었을 뿐인데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머릿속은 역사가 짬뽕이 되어 울렁울렁거린다. 거기에 발전노조 파업을 얹었더니 이건 뭐 판도라의 상자도 아니고...

국가 폭력에 희생당하고도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이들의 억울한 삶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바로 보고 판단하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과부하는 좀 감당해야겠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다.
열심히 공부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꼭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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