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1월부터는 외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돈 쓰고 몸 망가지고 노는것도 정말 귀찮은데다
12월 한달을 줄창 달린 끝에
마지막 날 죽다 살아난 터라 그 결심은 확고한 것 같았다


그러나
너는 만나기 힘드니까 기회 될 때 만나야겠다
너는 내가 밥 사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사줘야겠다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자고만 하면 예외로 두니까 언제든 전화해라
등등


선언을 무색하게 만드는 퇴근 후 만남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 소설은 한 줄도 못썼고
이번 겨울에 독파하겠다던 유하, 강정, 김경주의 시집들은
한번 펼쳐지지도 못한 채 책상 위에서 뽀얀 먼지만 먹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하는데


그나마 손에서 놓지 않는 책과 영화들이
날 숨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