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 아트나인에서 탐엣더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십 년 후가 더 기대됨

 

*

 

우연히 누군가의 양도로 로렌스 애니웨이 시사회를 갔다가

그야말로 컬쳐쇼크를 받고 자비에 돌란을 머리에 새기고 왔었다

 

여장남자라는 소재는 평범하지만

그걸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고급 요리가 되기도 하고 저급 분식이 되기도 하는데

섬에서 미장센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아, 이 감독은 천재다 하고 인정함

 

그러다 탐앳더팜 개봉 소식을 듣고

이 미장센은 영화관에서 봐야 해, 이왕이면 몰입도 쩌는 독립영화관에서!

하고는 친구와 이수 아트나인 방문

 

무슨 장르인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지 않고 오직 감독에 대한 신뢰로 영화관에 진입

 

처음 시작 후 오분 간은 '내가 왜 이 친구랑 이 영화를 보러왔을까' 싶어서 마음이 꽤나 불편했다

대중영화보단 이런 영화에 코드가 잘 맞는 친구인건 알고 있었지만

하필 같이 본 첫 영화가 7번방의 기적이었는데 둘 다 학을 뗐던터라;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모르는 상태에서 음울한 화면이 이어지는걸 보고 있노라니

좌불안석으로 흘끔흘끔 옆자리 눈치만 보다가 어느새 친구랑 나랑 멍...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미 영화 보기 전에 아트나인 테라스에서 씨원하게 아메리카노를 흡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 커피숍에 또 들어가 영화 내용에 대해 미친듯이 검색하고 질문하고 추측하고 머리를 맞댐

 

영화관에서 내려올 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커플이 있는데

여자애 왈, 오빠 나는 이런 영화 안맞아 앞으로 내용이 이런건 오빠 혼자 봤으면 해

 

취향이 안맞는 영화는 재앙이지

그렇지만 이런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애인이 생긴다면 나는 자다가 기쁨의 학춤을 추리... ㅋㅋㅋ

 

영화는 강렬했고

친구의 영화 취향이 맞아서 설레였고

야외 테라스가 끝내주는 영화관을 발굴해서 신났음

 

이 부지런한 미남 청년은 데뷔한 이래 일 년에 한 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찍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볼 영화가 무궁무진하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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