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슬 좋은 노부부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꼭 보러 가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있다가, 나중에, 볼 기회가 있겠지 하며 미루는 나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온 이들이 엉엉 울고 나왔다더라, 대성 통곡을 한다더라, 감정 소모가 크더라 하기에

울적하고 슬픈 내용을 지금 심정에 담고 싶지 않아서인가 어림 짐작 했었지만

곧 깨달았다

 

 

나는 부러웠던 것이

세상에 저리 늙도록 한 사람을 아끼는 순애보가 또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이 내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유치한 질투,

그러나 원초적일 수밖에 없는 부러움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저리 굳건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팔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을 이어오면서

서로를 위하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보듬어줄수 있었을까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들이 쌓아온 세월의 더께도 한 몫을 했겠지

둘이 아이 열 둘을 낳고, 그중 여러 이유로 여섯을 잃고 다시 오롯이 둘이 남기까지

그 긴긴 시간을 둘이 손 꼭 잡고 지나왔겠지

 

 

사랑은 믿지만 그 영속성은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더없이 부럽고 또 부러운 은발의 연인들을 보았다

아름다운 동화를 한 편 읽은 것 같다 

 

이수 아트나인에서 탐엣더팜
자비에 돌란 감독은 십 년 후가 더 기대됨

 

*

 

우연히 누군가의 양도로 로렌스 애니웨이 시사회를 갔다가

그야말로 컬쳐쇼크를 받고 자비에 돌란을 머리에 새기고 왔었다

 

여장남자라는 소재는 평범하지만

그걸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고급 요리가 되기도 하고 저급 분식이 되기도 하는데

섬에서 미장센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아, 이 감독은 천재다 하고 인정함

 

그러다 탐앳더팜 개봉 소식을 듣고

이 미장센은 영화관에서 봐야 해, 이왕이면 몰입도 쩌는 독립영화관에서!

하고는 친구와 이수 아트나인 방문

 

무슨 장르인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지 않고 오직 감독에 대한 신뢰로 영화관에 진입

 

처음 시작 후 오분 간은 '내가 왜 이 친구랑 이 영화를 보러왔을까' 싶어서 마음이 꽤나 불편했다

대중영화보단 이런 영화에 코드가 잘 맞는 친구인건 알고 있었지만

하필 같이 본 첫 영화가 7번방의 기적이었는데 둘 다 학을 뗐던터라;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모르는 상태에서 음울한 화면이 이어지는걸 보고 있노라니

좌불안석으로 흘끔흘끔 옆자리 눈치만 보다가 어느새 친구랑 나랑 멍...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미 영화 보기 전에 아트나인 테라스에서 씨원하게 아메리카노를 흡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 커피숍에 또 들어가 영화 내용에 대해 미친듯이 검색하고 질문하고 추측하고 머리를 맞댐

 

영화관에서 내려올 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커플이 있는데

여자애 왈, 오빠 나는 이런 영화 안맞아 앞으로 내용이 이런건 오빠 혼자 봤으면 해

 

취향이 안맞는 영화는 재앙이지

그렇지만 이런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애인이 생긴다면 나는 자다가 기쁨의 학춤을 추리... ㅋㅋㅋ

 

영화는 강렬했고

친구의 영화 취향이 맞아서 설레였고

야외 테라스가 끝내주는 영화관을 발굴해서 신났음

 

이 부지런한 미남 청년은 데뷔한 이래 일 년에 한 편씩 꼬박꼬박 영화를 찍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볼 영화가 무궁무진하겠지.

기대된다!

 

 

 

 

 

못생긴 듯 잘생긴 젊은 사무라이와

어디선가 본 듯한 평범한 여자 주인공과 더 흔하게 생긴 감자같은 꼬맹이가 주인공.

 

 

미혼모라 일과 가정 두 가지를 병행하다 보니

직장에선 칼퇴근으로 업무 마무리가 안돼 눈총받기 일쑤고

애는 애 대로 냉동식품에 난장판인 집에서 방치되다시피 하고

그래도 먹고 살자니 일을 놓을 수는 없고.

 

이런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어찌어찌 외줄타기 하고 있는 주인공 가정에

난데없이 오갈데 없는 사무라이 우렁총각이 나타나면서

집안은 번쩍- 아이는 명랑-  일은 퍼펙-

좋은데?

 

 

그러고 보면 남자가 육아 해도 괜찮을 것 같은게

힘이 좋아 빨래도 잘하지, 애도 번쩍번쩍 잘 들지, 집안 일이 대부분 육체노동인데

태생적으로 힘이 센 남자가 집안 일에도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

(그러려면 여자가 돈을 잘 벌어야 하는데.. 나는... 음-ㅅ-;;)

 

 

 

 

 

전체적으로 일본 특유의 감정과잉이 있는 영화지만 볼만함. 

 

 

정말이지 철저하게 남자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다.

그러니 보통 여자가 보면 반응이 썩 좋지 않을 수 밖에.

왜냐, 여자 입장에서 구주월은 찌질이 그 자체니까.

 

 

사랑한대서 받아줬더니 나를 잡힌 물고기 취급해?

 

과거의 똥차들을 떠올리며 부르르 분노에 떨거나 혹은 떨떠름한 기억에 못마땅했을 그녀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니 뭐 그렇다 치자.  

모든 남자들을 싸그리 매도하는거냐며 파르르 치를 떠는 남자들 말도 일리가 있으니 화 낼 수도 있겠다 치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내 마음에 쏙 든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까 ;)

 

 

 

자신의 머릿속에서 백점 만점으로 시작한 연애니 만날수록 점수가 깎일 수 밖에 없는 건 당연지사겠지.

이래서 모태솔로 혹은 연애 별로 못해본 사람은 피곤한거다.

이놈 저놈 만나가며 헛발질도 하고 똥차도 만나보고 그러면서 연애 별거 없구나, 사람 다 똑같구나 깨닫기도 하고

세상에 백프로의 여학생은 하루키나 만나는 거구나 하며 수긍의 단계를 맞춰가는 스텝을 밟아야하는데

이건 뭐 연애를 못해본 사람일수록 기대치만 높아져서 연애에 환상만 치덕치덕 붙여가니 연애관이 제대로일 수가 없는 거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순간에 충실한 여자와

자신이 만든 환상이 깨지는 걸 용납할 수 없는 남자의 스텝이 맞을 수는 없는 거지.

 

 

주월씨도 언젠간 내가 지겨워지겠지?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야.

괜찮아 영원한게 어디 있겠어?

(...) 지금 내 앞에 널 데려다놓으려고 그 이전에 모든 상황들이 있었던거야. 널 여기까지 데리고 온 그 많은 순간들을 난 사랑해.

고마워 이 순간만의 진심이어도.

 

  

 

이 재밌는 영화를 남 말만 듣고(친구가 보고 왔는데 별로라고 하던 그 표정이 썩어서-_-) 여지껏 안본게 후회스럽다. ㅠㅠ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한 음악가가 방황하던 도중 한 여자를 만나 마음을 열고 사랑을 이뤄가는 이야기.



개연성도 엉망이고 주로 미는 장르가 음악인지 멜로인지도 헷갈리지만, 어느 지점에서 탁 하고 마음을 치는 무언가가 있다. 그건 바로 노래인데, 남여 주인공이 부르는 주제가 "Suddenly you walked in."는 오래 잊혀지지 않을 명곡으로 남을 것 같다.

(어디서 들어본 곡 같은데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유명 재즈 넘버 같은데..)

닫힌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서로의 마음에 걸어 들어가고, 때론 남아있는 상처에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치기도 하지만 그 모든 걸 포용하게 되는 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내게도 그런 기적이 걸어들어왔으면 좋겠다. 서로의 마음 속으로.

 





부디 이 칼로 저의 목숨을 끊어 죄값을 치르게 하여 주시옵소서.

너는 목숨보다 중한 것을 저버렸는데 그깟 목숨을 취해서 무얼 하겠느냐.





처음 봤을땐 노출이 너무 많아 실망스러웠고
싸구려 포르노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두번째로 본 후에는 아.. 그 마음들이 참 짠하더라

어리석다 다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 박찬욱



이 영화 평이 하도 거지같길래, 나는 지레 짐작하고 안봤거든, 시간 낭비할까봐.


그러다 박쥐를 보고 나니까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또 보고 싶은거야.
뭘 볼까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선택했지.
누가 그러더라고. 팀 버튼의 영화를 좋아하면 이 영화도 재밌을거에요.
그래서 봤지.


아, 멍청하게 남의 말만 듣고 영화를 평가하다니, 바보 같은 짓이었어.
영화관에서 볼걸!!!!!!!!!


완전 내 스타일이야.
임수정을 위한 영화였어.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할 수가 있지?
아마 평생 살면서 그렇게 독특하고 매력있는 역은 다시 하지 못 할거야.


누가 내게도 그래줬으면 좋겠어.
니가 뭐라도 괜찮아, 너니까.

박쥐(2009) / 박찬욱



드디어 봐 버렸지 뭐야
개봉하는 날 보고 싶었는데 일행이 생겨서 스케쥴을 맞추느라 하루 늦게 봤어

다 좋아
박찬욱이 김기덕화 되는 부분들은 좀 거슬렸지만 그 외에는 다 좋았어
살 빼고 섹시해진 송강호랑 언제나 섹시한 옥빈양의 결합은 예상보단 덜 셌지만
그래도 고정도면 아주 훌륭한 조합인듯 해요

융드 옥정님처럼 분장한 김해숙과 병신 소리가 딱 어울리는 신하균 연기 최고!

생각보다 웃긴 장면도 많고, 주인공들한테 연민이 느껴지기도 하고

다만 나랑 같이 본 사람 넷은 다 별로라고 했다는거;
나는 재밌어서 입이 찢어져서 나오는데 걔들 분위기 보고 급 다운..
적당히 야하고 슬프고 웃기고 호러같고 난 좋더만 뭐.



사족. 옥빈이 역활을 애초에는 김아중 주려고 공들였었다던데... 장난해? -_-
사족2. 우리 옥빈이 드디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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