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안은 앤틱한 장식품들로 제법 화려하게 꾸며져있다.
일본 정식으로 아침을 먹고, 가방을 맡기고 길을 나선다. 오전만 구경하고 돌아가는거니 그정도쯤은 호텔에 맡겨도 된다. (돈이 얼만데! ㅠㅠ)





호텔 골목에서 쭉 나가면 이어지는 바다.






하코다테 공화당 가는길에 하치만자카를 또 지난다.
사진을 안찍을 수 없지.





발랄하게 뛰어다니면서 끝내 안비키던 고딩들ㅡㅜ
나름 그림이 되어주는구나.





아~ 좋다~





이런 가게들이 쭉 늘어서있는 전망대 거리를 지나면





요렇게 잘 꾸며진 길들이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줄지어있다.
동네 꾸미는데 힘 꽤나 들었을 것 같다.







드디어 모습을 보이신 공화당 건물.
외국인 선교사가 살았던 곳이란다.













그 당시의 가구들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어 구경할 것이 제법 많다.
화려하게 살았구나 이 사람들.





기념사진 찍는 곳.
타이머로 찍긴 찍었는데, 찍었는데.. ㅡㅜ 표정에 힘든게 묻어나시더라구요.





그당시의 카메라랩니다. 제 dslr에 찍히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카메라 할배님?





공화당 2층에 올라가니 넓은 강당이 나온다.
강당이 아니지. 그때는 무도회장으로 쓰였을까?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은 음악회도 열었겠지.
운치있다.





햇빛이 눈부시다. 이런 곳에서 산다는것도 나쁘지 않았겠지?





이제 호텔로 짐 찾으러 간다. 전처럼 실수하지 말고 일찍 준비해서 가야지.
저 멀리  빛나는 야경을 선사해준 전망대가 보인다.





공항버스 타는 곳에서. 시간이 좀 더 남았지만 빠듯하게 구경하다가 비행기 놓치는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게다가 바로 도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타야하기 때문에 이번엔 실수하면 큰일난다.

하코다테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논스톱으로 한국으로 보내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이번 여행에선 유난히 실수가 많았지, 그래도 무사히 여기까지 와서 스스로 대견하다.


혼자하는 여행은 외로웠지만 즐거웠다. 혼자였기에 하고싶은 대로 하고 다닐 수 있었다.
경험이 쌓이면 재산이 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백번 천번 여행기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점이 훨씬 많았다. 다음엔 더 다양하게 준비해서 또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

북해도야 안녕. 그동안 즐겁고 고마웠다.






 

 




호텔을 나서니 구름이 장관이다. 시내 구경은 다음날 하기로 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경 구경을 하러 산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호텔 옆쪽에 있는 예쁜 벤치. 부티크 호텔이란걸 알리기 위해 여러모로 고생한다.





사실 픽업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가 이 차다. 클래식 차로 손수 픽업해준다고 하는데, 이런걸 타고 고작 5분 달리려니 미안해서. 생각해보니 내가 미안해할 이유가 없는데, 난 왜 가끔 이렇게 뻘짓을 하지?







전차가 참 예쁘다. 타는 방법을 몰라 끝내 타지 못했다.
그냥 전철같으려니,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ㅡㅜ





럭키 삐에로인줄 알고 한참 서서 생각했던 건물.
이동네 건물들이 이렇다.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황량하다.
지나는 사람도 관광객뿐이고.. 다들 어디 가셨습니까?





이제 슬슬 노을진다.
발걸음을 서두르자.





하코다테 야경을 보러가는 길에 일본 개화기때 세워진 유명한 성당과 교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이곳은 하리스토스 정교회. 일본에 최초로 그리스 정교를 전파한 곳으로 유명하단다.
무교인데도 성당앞에 서면 늘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젠가 스스로 찾아가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날이 있으리라.





성 요한 교회.



 





하코다테 러시아 정교회.
모두 안에 들어가려면 시간에 맞춰가던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아름다운 장식들이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게 한곳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리프트 타러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저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한다. 무슨일이지?





아.. 여기는 하치만자카!
도로가 바다로 이어진 이 아름다운 길을 드디어 왔다.

리프트 타러 가야하는데 발이 안떨어진다.
나처럼 혼자 와서 사진 찍은 일본 관광객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흔들리게 나왔지만 이정도 나온것만해도 다행이다. dslr은 빛의 양이나 손의 흔들림 정도에 따라 찍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찍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자는 흔들려서 내가 그나마 낫게 나왔다고 하기도 했다-_-)


리프트권을 내고 줄을 선다. 전망대에 올라갈땐 리프트권으로 빨리 올라가고, 내려갈땐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패키지를 낮에 역에서 미리 사뒀다. 남산타워 리프트의 두 배 정도 더 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발 아래로 조금씩 하코다테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야외 전망대에 서 있지만 그순간에는 나 혼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여기 오려고 일본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잘 왔다.

그렇지만..
북적이는 사람들 가운데에 혼자 있으려니 너무 외로웠다. 서로 찍고 찍어주는 다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온 사람들은 나밖에 없어보였다. 이 카메라는 남이 찍어주기 어려운거라 섣불리 부탁하기도 힘든데, 하다못해 한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설명해주고 찍어달라고 부탁할텐데..

그때 어디선가 "엄마!"하는 한국말이 들린다. 아래를 보니 어떤 한국인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꼭 껴안고 사진찍는 그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 아빠도 같이 오셨으면 좋았을걸.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가보고, 평생 효도여행 한번 못보내 드렸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게 혼자 여행왔다.

울적해진 마음으로 전망대를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을 돌아 내려오는 길, 버스의 불을 모두 끄고 전망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내일이면 간다. 내일이면 부모님을 뵐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마무리 잘하자.





전망대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밤길은 어둑어둑하고 거리의 불빛은 가게 중심으로 환하다. 늘 지내던 화려한 시내가 아닌, 진짜 관광지의 밤은 외롭다. 책에서 보던 해산물 덮밥을 먹으러 갈까 했는데 가게 안에 보이는 다정한 사람들 틈에 혼자 껴 앉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 (그치만 다음번에 가면 꼭 먹으러갈거야)





호텔 근처에는 항구가 있는데 밤 불빛이 따뜻해보여서 잠깐 앉아있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 생각도 나고, 마음도 가라앉히고 싶고, 다리도 아프고.. 짠 바다 냄새를 맡으니 기운이 난다! 내가 언제 여행와서 외로워 보겠느냐 생각하니 웃음이 비질비질 난다. 이게 왠 청승이야.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옛날엔 창고로 쓰였다던 곳. 오타루처럼 안을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나중에 애인이랑 꼭! 하코다테에 와서 가로등 아래를 팔짱끼고 걸으며 여기 와서 제일 비싼거 먹어야지! 흥!





오호~ 럭키 삐에로! 여기 치킨버거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용케 발견했다.
맛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일부러 찾아가긴 귀찮고 해서 지나가다 보이면 먹으려고 했는데, 이제보니 내가 이걸 먹으려고 그렇게 좋은 식당들을 마다했었구나 싶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테이크아웃해서 호텔에 돌아왔다. 잘생긴 서버청년은 맡아놓은 키를 주며 재밌게 구경했냐고 묻는다. "ofcourse. thank you"  과하게 친절한게 이럴땐 반갑다.





오늘의 만찬 쨔잔~
북해도 한정판 맥주, 럭키 삐에로 넘버원 인기메뉴인 치킨버거, 감자튀김, 우유푸딩♡

남김없이 해치우고 티비를 틀어놓고 눕는다.
맥주를 마시며 지난 날들을 생각하니 어느새 마지막 밤이구나.
찍은 사진들을 되돌아보며 잠자리에 든다.
마지막까지 화이팅이다!


오늘은 삿뽀로를 떠나 노보리베츠에 들렀다가 이번 여행의 종착점인 하코다테에 간다.
전날 자전거를 빡세게 타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짱하네.
파스를 미리 덕지덕지 붙여둔 덕분일까? 아님 내가 개-_-같은 회복력을 가진걸까?
전자이길 바라며 수줍게 파스를 떼어본다.

트렁크를 끌고 역으로 가는데 지나가며 보이는 것들이 새삼 감회가 새롭다. 꿈에 그리던 곳에 여행와서 매일매일이 신나고 즐거웠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또 언제 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사요나라 삿뽀로. 다시 올때까지 변함없이 아름답기를.





처음 올때는 트렁크 하나였는데 어느새 보조가방 가득 짐이 늘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왔는데 선견지명에 스스로 뿌듯하다.





한국에서 기차를 타면 꼭 커피를 마시는데, 판매하는 분께 들으니 커피회사에 특별주문해서 만든거라 품질이 좋고 맛 또한 좋댄다. 어쩐지 맛이 있더라니.

일본 객차내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싶어 주문해봤다. 에스프레소를 잘 마시기에 망정이지 그냥 내뿜을뻔했다; 일본은 유난히 커피를 쓰게 마시는 것 같다. 200엔 정도지 싶었는데 무려 350엔-_-;; 비싸기까지.
 




노보리베츠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온천지라 지나는 길에 온천욕 해보려고 들렀다.
혼자 여행해도 할건 다 하고 다닌다. 하긴 혼자 다니니까 내맘대로 가고싶은델 다 가지. 동행인이 있으면  의견 모아야지, 하기싫은것도 해야하지, 영 마땅찮다.

노보리베츠에 큰 곰 농장이 있어서그런지 역 귀퉁이에 곰 한마리 세워놓으셨다.

마을버스를 타고 노보리베츠 온천장이 모여있는 지고쿠다니로 간다. 안내방송을 하긴 하는데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되도록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결국은 여기서 타보는구나.

종점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언덕배기에 큰 온천장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이런 곳에서 료칸에 묵으면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온천도 하고 맛있는 카이세키 요리도 즐겨야하는데 말이지~ 그건 나중에 동행인이 있을때 하기로 하고 일단은 올라가보자.





웰컴 투 지고쿠다니.


 


도깨비 아저씨가 지켜주니 든든하시겠습니다.





온천장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연기 뿜는 바위산.  저걸 보니 유황 냄새가 갑자기 진해진 것 같다.





이야~ 엄청난 크기의 바위산 곳곳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이곳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싸고 난간이 잘 정비되어있어 가까이서 구경하기 쉽다.









유황천과 온천수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계십니다.
저 온천물에 발 담그고 싶은데 무지 뜨겁겠지?





온천수가 리얼하게 솟아오른다.
보통은 여기에 계란 삶아서 팔던데, 팬서비스 점수가 부족하네. 사먹을 용의도 있는데(-_-)





금방이라도 화산이 뻥 하고 터질 것 같은데 그럴리는 없겠지?


이 바위산 옆쪽으로 산책로가 쭉 이어져있는데 20분 정도 올라가면 하천에 진짜 온천이 흘러서 발을 담글 수 있댄다. 정말정말 땡기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눈물을 머금고 패스. 난 온몸을 담구고싶어용.


 


여기가 내가 온천욕한 다이이치타키모토관. 이 동네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이다.
정문은 다른쪽에 있고 나는 일일입욕객이므로 후문-_-으로 들어갔다. 한번 입욕하는데 2천엔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온천의 종류가 무려 11가지나 되고 탕도 넓고 서비스도 좋아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목욕용품도 모두 비싸고 좋은 것들이었고 특히 낮 시간엔 입욕객이 거의 없어 내가 갔을 땐 어떤 가족과 나 뿐이어서 마음껏 욕탕을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었다. 각각효능이 다른 탕을 돌아다니며 입욕하느라 나중엔 탈진할 지경이었다;

그중 제일 좋은것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노천탕!!
나무로 주변을 둘러싸서 경치도 좋고 외부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이었다. 뽀얀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얼굴에 시원한 바람을 쐬니 이렇게 좋을수가~ >_< 이 좋은 곳에  혼자 앉아있으려니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다.
꼭 모시고 여기에 와봐야지.

사진 한장 찍지 못했지만 그래서 그곳의 모습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통 유리창으로 된 탁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입욕한 일, 노천탕에서 바람 쐬며 낙엽 주운일 평생 잊지 말아야지.

온천욕에 심취해서 기차 시간이 다 되는것도 몰랐다. 서둘러 정리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지나가는 길에 기념품 파는 가게가 많다. 노보리베츠의 특산품중에 입욕제가 그렇게 좋다던 말이 문득 생각난다. 15분에 한번 있는 마을버스를 타려면 지금 내려가야 하는데, 코앞에서 가게를 지나치려니 발이 천근만근이다. 잠깐이지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는데 몸은 이미 기념품가게로^^;; 들어가서 입욕제쪽으로 가 뒤적뒤적하니 여행사이트에서 추천했던 바로 그 제품이 있다. 쾌재를 부르며 계산하고는 바로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버스는 내가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왔다. 1분도 시간을 어기지 않는 일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역에 도착해 짐을 찾고 기차를 타러 왔다. 사람들이 기차를 찍길래 나도 한 컷.
일본 사람들은 기차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기차여행을 좋아하고 기차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고 한다.





기차에 타서 삿뽀로에서 미리 사둔 도시락을 편다. 아침을 굶고 온천욕까지 했더니 뱃가죽이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무슨 콘테스트에서 상 받은 도시락이란다.


 


캬~ 푸짐하다. 훈제 연어 초밥에 비하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밥 위에 연어알과 계란 체친것을 덮었고 그 위에 조개관자, 메추리알, 이름모를 검은 해조류, 연어구이 등이 올려져있다. 짭쪼롬한 그 맛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전 지금 화창한 날에 기차에 앉아 맛좋은 에끼벤을 먹고 있습니다. 

아아아 자랑하고 싶다. 나 너무 행복하다고.
도시락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이래서 민생고 문제는 시급한거다.





흐릿했던 노보리베츠를 떠나니 날씨마저 화창하게 바뀐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아이스크림을 샀다. 훗카이도의 유제품이 그렇게 맛있다네. 300엔.
부드럽고 고소한게 맛있긴 맛있다. 한국에선 이 돈주고 사먹진 않겠지만, 뭐 여긴 일본이니까.
(이런식으로 돈 꽤 많이 썼다;)





멋있었던 외국인 노부부. 지도를 보며 여행 루트를 점검하는건지 짜는건지.
나중에 나이들어서 남편과 저렇게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일까.

오타루에 갈때 오른쪽에 앉으라는 글은 봤어도 하코다테 갈때 왼쪽에 앉으라는 글은 본 적이 없다. 이래서 아는게 힘이라고 하는거다. 왼쪽에 예약했으면 환상적인 뷰를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었을텐데.





드디어 하코다테에 도착. 1층 인포메이션 센타에 가니 한국어로 된 지도가 있다. 현지에서 얻는 지도가 제일 유용하게 쓰이기때문에 얼씨구나 하고 얼른 챙겨나왔다.

여기서 묵을 호텔은 작은 부티크 호텔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 제일 좋은 숙소에 묵으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서 예약했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호텔에서 픽업서비스를 나온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10분이면 찾아갈 거리라고 해서 그냥 요청하지 않았다.

-_-

호텔 찾아가는데 한시간 걸렸다..
이 타고난 길치.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직진인데 그냥 바로 직진해버렸더니 이상하게 지도하고 길이 안맞는다. 중간에 깨달았을땐 이미 20분 넘게 직진해버린 상황. 택시를 탈까 하는데 길에 택시도 없고 전차만 휙휙 다닌다. 전차 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걸어가면서 시내구경도 하고 호텔도 찾아가기로 했다.
트렁크 끌고 걸으니까 진짜 빡세더라..






야속한 내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차는 잘도 달린다.
운치있어 좋다.







일본에서 고양이를 자주 봤는데 하나같이 털이 탐스러운게 예쁘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잠깐 밖에 나온걸까?





옛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하코다테 팩토리. 기념품을 파는 곳인데 시간이 없어 못가봤다.
 




하코다테에서 최초로 생겼다는 우체국 건물이라는데 지금은 1층을 터서 기념품 가게로 활용되고 있단다.





이게 내가 예약한 시본 호텔.
작은 부티크 호텔이라더니 정말 작다;

그래도 호텔이랍시고 서비스는 정중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직원이 손수 짐을 맡아들고 안내데스크로 데려간다. 단독으로 직원과 앉아 체크인을 하는데 밥 먹는 시간이나 객실내 서비스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준다. 설명은 짧게 하란말이다.. 길게 말하면 내가 대답을 단어로 할 수 없잖니!





이게 내가 오늘밤 묵을 방.
뭐래니.. 빨간머리 앤 컨셉이라고 해서 흥분했었는데.. 시골컨셉이니..?





실망을 줬다 기쁨을 줬다 여러가지 한다. 어메니티는 에트로 제품들이네. 여기서 호감도 급 상승.





냉장고에 있는거 다 무료라고, 아까 과하게 친절했던 직원분께서 말씀하셨었다.
샴페인 잔 센스 굿이다. 뒤에 살포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삿뽀로 맥주가 보인다. 넌 오늘밤 내 침소에 들거라.





구비해놓은 제품들의 품격을 보니 여기가 호텔은 호텔인가보다. 구구절절 뭐 그리 할말이 많은지 여기저기에 사랑-_-의 쪽지를 붙여놓아서 좀 웃기지만, 친절하게 받아들이자.(사진엔 없지만 테이블에도, 티비앞에도, 심지어 욕조 손잡이에도 쪽지가 붙어있었다)





깜찍한 엔틱 열쇠.
뭐 저걸로 보안이 되겠냐만은 상징적인걸로 받아들이자. (받아들일거 많다) 어짜피 너무 작은 호텔이라 도둑님이 관심 안가지게 생겼다.





가방 터지기 직전. 끌고다니는 내 속도 터지기 직전. 다시는 하드커버 들고 여행다니나 봐라.
(얼마전에 소프트 케이스 구입했다)





내 방 앞에 있는 복도 장식.
직원과 나밖에 없는 소박한 인원구성때문에 차마 사진은 못찍었지만 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챙피한거 따지지말고 이곳저곳 호텔 구경 했어야했는데, 사실 그때 직원은 좀 잘생겼었고, 나는 온천욕 하고 와서 머리 질끈 올려묶은 노메이크업이어서 겁나 쪽팔렸거든-_- 어서 자리를 뜨는게 그때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더랬어.

무사히 체크인하고 가방을 내려놓았으니 슬슬 하코다테 구경하러 가야지~










아침이 밝았다.
오늘의 일정은 비에이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 하는것>_<
넓은 초원을 신나게 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얼른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삿뽀로에 수많은 호텔을 놔두고 이 호텔에 묵은 이유는 단 한가지, 나카지마 공원 옆에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넓은 공원의 새벽 공기를 마시면 얼마나 상쾌할까 싶어 예약한건데, 이런이런. 전날 피곤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새벽 공기는 단잠과 함께 날아가버렸고, 체크아웃 하고 호텔을 나서는 길에 공원에 잠깐 들어가 아침을 먹기로 했다.









오~ 공원~ 아름답습니다~ (미수다 브로닌 버전)

삿뽀로 도심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게 놀랍고 부럽다. 손바닥만한 공원에 사람이 늘 북적거리는 우리 동네의 공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 영빈관으로 쓰였다는 호헤이칸.







공원 안에는 오리와 까마귀들이 무척 많다. 까마귀는 실제로 처음 보는건데, 생각보다 엄청 커서 가까이올때 무서웠다. 가방 두고 도망갈수도 없고, 사람들 몇몇이 근처에 있는데 쫓아내기도 그렇고, 까마귀가 종종거리며 옆에 왔을때 기겁해서 꼼짝 못했었다.

아침으로 어제 사둔 샐러드를 먹고 이제 비에이로 출발!
오늘의 호텔은 로이넷 에끼마에 호텔인데 거기에 들렀다 기차를 타려니 시간이 빠듯해서 그냥 역에 있는 보관소에 트렁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하루에 무려 450엔-_-;; 움직이면 모든게 돈이다.

기차를 타기 직전, 시간이 약간 남아 역에 있는 토산품 기념가게를 둘러보고있는데 젊은 청년들이 한켠에서 에끼벤을 팔고 있다. 옆에 붙은 홍보전단을 보니 오늘부터 팔기 시작하는 2007년 에끼벤 베스트 상품이랜다. 에끼벤 먹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어 냉큼 골라 계산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450엔.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열어보니 훈제 연어와 조재 관자 조림으로 된 단촐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초밥이지만 훈자라 거부감이 적고 냄새도 적게 나서 맘에 들었다. 조개 관자가 쪼매 질겨서 슬펐지만ㅡㅜ 평일 오전시간이다 보니 열차에 출근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샌드위치와 도시락을 꺼내 먹는 걸 보고 용기내어 먹었다.
기차에서 이런걸 먹다니 정말 특이한 경험이다.





아사히카와에서 내려 비에이로 가는 한 량 짜리 열차를 타고 gogo~





드디어 비에이 도착~!
날씨 좋고~ 햇빛은 쨍쨍이고~ 신난다!!!!


자전거를 빌려주는 상점에서 하루 종일에 1,500엔에 산악용 자전거를 빌렸다. 어디선가 주워듣기론 여기서 기어 없는거 탔다간 다리 터진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어서;
(이자리를 빌어 그분께 대 쌩유베리감사. 당신 아니었으면 저 일본 기어다녔을거에요)





자전거를 빌리니 가게 할아버지가 비에이와 후라노 중 어디를 둘러볼거냐고 묻는다. 비에이 조금, 후라노도 조금 그랬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둘 다는 못 돌아다닌단다. 조금씩만 돌아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지인이 안된다니 마음이 마구 흔들린다. 어짜피 9월이라 라벤다는 없을테니 그럼 비에이나 돌자 싶어 비에이 코스를 선택했다.
할아버지가 손수 제작하신 비에이 지도에 빨간 펜으로 코스를 그려주신다. 내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알아간 코스보다 약간 덜 도는 코스다. 체력 봐서 더 돌던가 그만하던가 해야지 생각하면서 지도를 받아들고 나왔다.

자전거에 작은 가방을 매고, 그 위에 저지를 빙빙 둘러 자리를 만든 다음에 지도를 얹어 고정시켰다.
mp3에선 클래지콰이의 알렉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고, 날씨는 화창한데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더없이 행복한 하이킹의 시작이다~!





캬~ 그림이 따로 없다. 햇빛이 너무 세서 사진이 오히려 어둡게 찍힌다.





해바라기 마을이 아니면 못볼줄 알았는데 뜻밖에 조그만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화사한 색에 마음까지 밝아지는 것 같다^^





낮은 구릉에 줄지어 핀 꽃들이 화사하다.
노출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하는데 이 아름다운곳 사진을 이따위로 찍으니 속이 터진다ㅡㅜ

갈래길이 여러군데 나오는데 당최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지도에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헷갈려서 잠시 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한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그를 세워 지도를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할지 물으니, 마침 자기도 거기 갔다 오는 길이라며 길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잠깐 머뭇거리더니 하는 말이 언덕이 생각보다 힘드니 왠만하면 표시된 길 다 가지 말고 조금만 돌고 내려오란다. 이상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별로 안힘들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그러는거지?  일단 경험자 말이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는데, 이 아름다운 곳을 어떻게든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 귀담아 듣진 않았다.





이렇게 한적하고, 포장이 잘 되어있는 길인데 그저 두 발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것을~
기어를 변속해가며 언덕을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점점 힘은 들지만 자연속을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아 포기할 생긱은 전혀 없다.


 


심상찮은 구름떼의 습격.
이 사진을 찍을땐 넓은 구릉지가 평화로워보여서 찍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앞날 고생에 대한 전초전이었던것 같다-_-;;; 저걸 왜 뭉게구름이라고 좋아했을까. 먹구름이고만!






먹구름이 오거나 말거나 아직까진 평화의 시대~
지저귀는 새 소리 말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지나가는 차량마저 눈에 띄지 않는, 리얼 하이킹의 진수를 맛보고 있는 중이다.







나무들이 가지런히.
여기 눈 올때 언덕에 나무들이 조로록 서있는게 참 멋있어 보인단다.




다 갈아엎고 흙만 골라놓은 밭.
여기에 라벤다가 피어있었을까?
아무리 8월이면 라벤다가 모두 지고 없다지만, 그래도 9월 초에 방문하는거니 어딘가엔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데도 없다. 쫌 실망이다.





슬슬 구름이 끼고 날이 어두워진다. 더불어 쌀쌀하지고 주위도 조금씩 음산해진다.
고작 햇빛량이 줄어드는 것 뿐인데 모든 사물이 변화하는 것 같다.







이게 나름 유명하다는 생각하는 나무. 평지에서 기울어진 모습이 특이하긴 하다.


여기서 나의 뻘짓 시작.
뭐든 몰두하면 그거만 생각하는, 좋게 말하면 집중력있고 나쁘게 말하면 주변머리 없는 나.
하이킹 코스를 완주해야겠다는 생각과 언덕을 넘어야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 그만 지도에 나온 길을 벗어나고 말았다. 자전거 가게 할배가 그려 준 지도에는 비에이를 O 모양으로 한바퀴 돌고 내려오게 되어있었는데 언덕배기에서 힘들게 올라가다보니 꺾어져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직진해서 산 너머 다른 마을로 내려가버린 것-_-

아무리 길치인 내가 봐도 지도와는 길이 너무 다른거라.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아무도 없는 산길이다 보니 일단 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언덕을 내려갔는데, 평지가 나오면서 왠 마을이 나타난다. 이상하다 또 이상하다.. 비에이 코스에 마을이 없는데..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생각에 소름이 쫙 끼치는데,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이거 아주 난감하게 돼버렸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니 내가 가보고싶었던 비바우시 소학교랑, 마에다 신조 갤러리랑, 이것저것을 다 포기해야 한다. 그럴 순 없지.

그렇다고 직진하자니 이건 분명 내가 갈 길이 아닌데.. 고민되네.

이도저도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데 마침 저 멀리서 차가 한대 지나간다. 냅다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 마음씨 좋은 사람들인거 같으면 내가 가고싶은 곳에 데려다주길 내심 바랬는데, 보니까 작은 소형차에 가족들이 꽉 차게 앉아있다. 흑..

지도를 내밀며 여기가 어디쯤이냐고 물으니 자기들도 관광객이라 여기 위치를 모른단다. 실망감에 풀이 죽은 나를 보고 뒷자리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가 지도를 달라고 하셔서 한참 보시더니 어디를 짚어낸다. 여기쯤이라고 하는 곳을 보니 과연, 이 주변과 길이 비슷하다.

비슷한 이 곳은 어디냐, 산 너무 엉뚱한 마을이로다ㅠㅠ 내가 산 중턱에서 좌회전해서 내려갔어야 하는데 힘만 세서 바보같이 산을 넘어버렸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그래도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할지 알았다는 생각에 새로운 힘이 난다. 감사의 인사를 표시하고 떠나는 차 뒷꽁무니를 보며 손을 오래오래 흔들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니 길에서 허비한 시간이 너무 길다는걸 깨달았다. 서둘러야 한다. 보고싶은거 하나라도 봐야 억울하지 않지.





 
드디어 찾았다. 마에다 신조 갤러리.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가 어느 날 사진에 눈을 떠 비에이 사진을 찍기 시작해 일본 전역에 비에이의 아름다움을 알렸다는 유명한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 이 사람이 사랑하는 비에이 언덕에 갤러리를 열어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꼭 가보고 싶어 무리해서 찾아갔다.

내가 지나온 그 길들이 진짜 이 사진의 그것과 같은 걸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찍는 사진이 많았다.
그치만 화집은 너무 비쌌고; 엽서는 가격에 비해 너무 조악해서 그냥 마음으로만 사진을 간직하고 갤리러리를 나왔다.





갤러리 뒤켠에 있는 생각하는 길. 자작나무 길이다T_T

갈 길은 멀지만 이런 길을 두고 어찌갑니까~ 나름 생각하는 척 하며 길을 잠깐 걸었다.
좋더라..

고속버스에서 단체 관람객들이 꾸역꾸역 나오길래 얼른 갤러리를 떠나 나왔다. 단체 관관광객들, 특히 중국이나 대만쪽은 그저 피하는게 상책이다.  일부러 그러는건 아닌것같은데 너무 목소리가 크고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다.
본인들은 그걸 알까?


갤러리를 나와 이젠 내가 원래 코스로 가려던 길에 들어섰다. 네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니 가져온 과자와 물을 바닥내고도 배가 고프다. 저혈당 증세가 약간 있어 배가 고프면 손발이 떨리고 정신이 없어지는 나다. 내 상태를 내가 아니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이 산중에 식당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어디 휴게소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생각하면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다행이다. 언덕배기에 휴게소 작은게 눈에 띈다. 얼른 들어가서 둘러보니.. 먹을거라곤 음료수와 특산품 과자와(라벤다 과자라니!) 기념품으로 쓰일만한 만주 세트 이런거밖에 없다. 유제품으로 유명한 훗카이도라면서 휴게소에 우유 하나 구비해놓지 않고 뭐했느냐! ㅠㅠ 이리저리 먹을만한걸 찾는 내가 하이에나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이 떨리는 손을 멈추게 할 것을 찾고 있노라니 구석에 수줍게 써있는 밀크 아이스크림이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훗카이도산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판다는데, 아 저거라도 먹어야겠다 싶다.

이온음료와 감자로 만든 쿠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게를 나섰다.

 



아이스크림으로 허기를 채우긴 또 처음이다.
자전거를 타고 뒤뚱거리면서도 끝까지 먹었다. 자고로 먹는게 남는 법.







이제 슬슬 길이 눈에 들어온다.
훗카이도가 골프 여행지로도 인기가 많다는데, 이런 구릉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생잔디로 마음껏 골프 치면 좋긴 하겠다.





길이 쭉 뻗었다. 언덕이 아닌 이런 길은 이제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언덕에 있는 흰 정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치가 한눈에 보인단다.









아직 비바우시 소학교를 둘러보지 못했지만 슬슬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체력도 바닥났고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순순히 방향을 출발했던 쪽으로 돌린다. 가는 길에 곱게 핀 꽃을 보니 돌아오길 잘했다 싶다.





역시나 포플러나무 가로수길.
저 끝에서 좌회전하면 진짜 돌아가는거다.
장하다 이쭈. 오늘 고생 많았다!





광명이 비추는걸 보니 마음이 약간 울컥한다.
놀러와서 길 잃고 두려움에 떨었던게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밥을 먹으러 가야지. 이 시골짝에 유명한 튀김집이 있다고 해서 가는 길이다.





내가 둘러본 길의 원래 모습은 저렇습니다요.





음식점의 외부 모습. 사전에 알아보고 가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만큼 전혀 음식점 답게 안생겼다.





여기서 제일 유명하다는 새우튀김 정식을 시켰다. 핀이 안맞아서 흐릿하지만 저 새우 실제로 보면 대하보다 크다.
세개를 먹으니 끝이 약간 느끼한게, 작은 양을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고, 기차를 기다려 삿뽀로에 돌아온 뒤 짐을 찾아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다.

 







새로 지어진 호텔이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과연 사람들의 평가대로 가격대비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다.
싱글룸이라 좀 좁긴 하지만 있을건 다 있어서 불편하진 않았다. 특히 욕조가 넓고 깊어서 온몸을 푹 담그고 쉬기에 딱이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삿뽀로에서의 마지막 밤을 밍숭하게 보내기 아쉬워서 길을 나섰다. 며칠간 계속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니 좀 지겹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이번엔 카메라를 놓고 그냥 나갔다. 길을 나선지 십분만에 후회했지만, 머리로 기억하고 있으니 괜찮다(라고 혼자 위안삼아 본다ㅡㅜ)

그 유명한 훗카이도 청사를 잠깐 보고 지나쳐 스스키노 거리에 또다시 입성. 삿뽀로에서 대강 훑고 지나쳐서 아쉬움이 많았던 돈키호테에 들어가 사고싶은걸 왕창! 산다. 간식도 사고 휴족시간도 사고 입욕제랑 크림이랑 여러가지 샀더니 봉지 한가득이다. 들고다닐 생각에 잠깐 아찔했지만 그래도 쇼핑은 행복하다+_+

오늘도 어김없이 맥주와 안주를 사서 호텔에 들어왔다. 맥주를 매일 밤마다 마셨더니 아무리 힘들게 다녀도 살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뭐 어떠냐. 여행까지 와서 살찌는거 염려하면서 먹고싶은걸 참을 생각은 없다. 피곤한 하루의 끝을 맥주로 마무리하는 이 시간들이 내 인생을 손꼽어 가장 편한 순간중에 하나로 기억될것을 아니까.


티비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며 가계부를 적는다.







 

한류가 있긴 있나보다. 여기저기 틀어도 한국 연예인들이 많이 나온다.
성류리랑 현빈을 일본 티비에서 보니까 좀 반갑더라. 일본어로 더빙해서 한국 말은 들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삿뽀로에서의 마지막 밤이 간다.


오타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오타루 갈때 오른쪽 좌석을 예매하면, 뜻하지 않게 이런 예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오타루역 한 정거장 전인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내려서 슬슬 걸어가면 오타루를 대표하는 오르골 기념관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오르골관, 유리공예관, 음식점 등등을 구경하며 걷다가 운하를 보고 밥 먹고 돌아오는게 일반적인 코스.


 


이게 그 유명한 오르골관 본관과 그 앞에 있는 증기 시계탑이다.
코스만 죽어라 짰지 정작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턱이 없어서, 요 앞에서 오르골관이 어딨나 잠시 헤멨었다;





요건 오르골관 맞은편에 있는 교회? 성당?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정시가 되면 오르골 벨이 울리는데 그 순간 이 마을은 동화의 나라가 된다.





오르골관 앞의 증기시계탑. 10분만 빨리 도착했으면 증기 내뿜는거 구경했을텐데 아쉽네.
정각 6시면 이 마을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는다. 그러니 빨리빨리 구경하고 운하쪽으로 가는게 오늘의 코스 완성에 도움이 되겠지?





오르골관의 내부. 2층에서 찍었는데 이거 세배는 더 크다.
노랗고 따뜻한 불빛이 사방에서 비추고, 오르골 음악이 잔잔하게 울려퍼지고, 환상의 나라에 발을 디디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도, 특히 나에게 익숙한 눈의 꽃 오르골.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골라 오르골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잠시 오르골 전시회가 있었다.









오르골관에서 가장 사고싶었던 도자기 인형시리즈

한참을 침 질질 흘리며 빙빙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있는 애 데려왔다. 동생 선물로 곱게 바쳤더니 무척 좋아하더군. 흐흐흐.





아까 그 정체모를 건물 클로즈업.
시간이 많으면 들어가볼텐데..





북해도 한정판 키티 모음 수건(?)

연어알키티, 옥수수키티, 라벤다 키티 등등 웃긴거 되게 많다. 종류별로 사서 주변에 뿌릴까 하다가 너무 비싸서; 그냥 훗카이도 청사 키티 하나만 샀다.





상업의 나라답게 어딜가도 뭔 상징들이 이리도 많은지.
오타루의 상징은 부엉이랩니다. 부엉부엉.






캬하하하- 박용하 많이 출세했다.
큰 초밥집 진열장에 박용하 싸인이 턱하니 나와있더라.






화단의 아름다운 꽃.
이런거 가꾸는거 힘들지 않을까? 이런 소박한 멋이 부럽다.





완전 귀여워~~ >_<
유리공예관의 유리인형들. 오르골관에서 하도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더니 다른 가게에서도 찍어도 되는줄 착각해서 한 장 찍고 바로 제지당했다; 하긴, 작품 사진을 멋대로 찍는건 예의가 아니지.


저녁 6시가 되자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여기저기서 가게 문 닫는 소리가 들리고, 인적이 점점 뜸해져서 서둘러 운하를 찾아갔다.







캬.. 사진으로 보던거랑 똑같다;
근데 왠지 보통 사람들이 많이 찍어오던 그 각도가 아닌것 같은데,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운하 옆의 어두컴컴한 길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웅성웅성하게 들린다.

저기에 길이 있나 싶어 가보니 운하 옆으로 꽤 큰 길이 있고 어두울뿐이지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자고로 관광지에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구경거리가 있는 법. 한 무리가 지나가길래 냉큼 따라갔다.





오호~ 그렇지~ 이거야!
역시 사람은 눈치가 빨라야한다 호호호.
나는 운하의 저 끝 반대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던거였다.
이 방향이 제대로네~ 운하 야경미션 성공!

여기서 셀카를 찍고싶었는데 dslr로는 도저히 셀카가 안나오고, 소니 디카는 iso 기능이 거의 없어서 온통 깜깜하게만 나와서 안되겠더라. 아쉽지만 인증샷은 여기까지.


 


이 운하에 늘어서있는 창고는 대부분 이렇게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혼자 밥 먹는거에 이젠 익숙하지만,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모여서 화목하게 먹는 식당에까지 가기엔 아직은 무리.





이게 오타루 주변을 순환하는 버스.
저렴한 가격에 관광지를 한눈에 파악하기 좋다. 나중에 다른 관광지에 가게 되면 이 버스도 동선에 짜 넣어야겠다.





오타루 시청이던가 뭐던가. 암튼 나라일에 쓰이는 건물이라네.

삿뽀로로 돌아오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어두운 밤에 홀로 호텔에 돌아가자니 기분이 묘하다.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향락의 스스키노 거리로 외출을 나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또 라멘요코초에 갔다. 이번엔 전날 고민하다가 밀려난 원조 라멘집 만류 라멘으로 결정. 돈코츠 라멘을 시켰더니 고기가 한가득 올려진 한눈에 봐도 늬끼한 라멘이 나온다.

보기와 틀리게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감칠맛나는게 내 입맛에 딱이다-ㅠ-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지만 워낙 라멘 양이 많아 2/3밖에 못먹었다. 싸들고 가서 내일 아침에 먹으면 딱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건 진짜 진상인거고;





여기가 내가 이틀동안 저녁을 해결한 라멘요코초 골목. 그 아래 첫 집이 오늘 저녁에 갔던 만류 라멘.
일본 현지인들은 이곳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그저 그런 집이라고 혹평한다던데, 일단 내 입에 맞으면 그걸로 만고땡. 그러고보면 명동에 있는 수많은 외국인을 상대하는 식당들도 다 이런 이유로 장사가 되는게 아닐까.


라멘을 먹고, 스스키노의 거리를 걸으며 한가롭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왠 할배가 마티즈 비슷한 차를 타고 옆에 슬슬 따라붙더니 헌팅을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살짝 웃어주고 갈 길 가는데, 이 할배가 계속 따라오는거라. 그때서야 감을 잡았다. 말없이 인상 팍 쓰고 휙 뒤돌아 갔더니, 차로 빵빵 클랙션을 울리고 가버린다. 내가 할배랑 노느니 스스키노에 깔린 호스트들이랑 놀겠다!


호텔 옆에 공원이 있어 약간 외진 감이 있어서 안그래도 신경쓰였는데 할배가 제대로 웃겼다. 호텔 앞 편의점에서 맥주와, 약간의 안주와, 내일 아침에 먹을 샐러드를 사서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이 꽤 큰 편이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







오예~ 오늘도 투 베드룸!
널찍하게 잘 쓰겠습니다~!







샤워 후 유카타 입고 한컷.
제대로 된 유카타는 여기 와서 처음 입어본다.
너무 길어서 아주 거치적거린다-_-;;

짐을 정리하고, 맥주를 마시고, 티비를 보며 일기를 쓴다.
하루하루가 평화롭고 흥미있다.
여행이란게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는건가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다.
내일은 드디어 비에이에 자전거 타러 간다+_+

삿뽀로 맥주공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 이유로 훗카이도 대학에서의 일정은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 다음 일정인 오타루 행 기차표를 예매했기 때문에 그것을 취소할 수도 없었고, 꿈에 그리던 훗카이도 대학을 일정에서 뺀다는 것 또한 상상도 할 수 없어서

나는 택시를 탔다.
열라 비쌌다. 직선으로 몇백미터 직진했는데 기본요금이 팍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 880엔 소요.





우리나라와 반대인 운전자 좌석.





드디어 훗카이도 대학 도착+_+ 대학 입구엔 무려 한글로 안내판이 있다.
덕분에 위치 파악이 쉽게 되어 꼭 봐야 할 포인트를 짚어내기 좋았다.













이게.. 이게 무슨 대학이란 말입니까..
생각보다 훨씬 크고 녹음이 짙은 캠퍼스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사진만 계속 찍어댔다. 월요일 오후라 학생들이 꽤 지나가고 있고, 그들의 모습을 찍는건 실례인것 같아 피해가며 조심조심 찍었다.





아주 오래전에 학교가 지어졌을때부터 건축되었다는 이 건물에서 실제로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우리나라 같으면 유적 훼손한다고 난리쳤을텐데. (실제로 성균관대 학생들이 유서깊은 건물을 생활관인가 뭔가로 사용하다가 제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잘 보존하면서 실행활에 써도 괜찮을텐데 말이지)





낙엽이 우수수수 운치있다


]


다른 각도로 봐도 알흠답구나





나무 크기봐라.. 여기서 짱먹는다
올려다보다가 카메라 떨어뜨릴 뻔 했다.





완전 소중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빨간머리 앤이 처음 매튜 아저씨를 만나 집에 가던 길에, 샤랄라한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마차를 타고가며 새 집에 대한 환상을 품었던 그때부터 내게 이 가로수길은 꿈의 대상이었다.

마침 그 환상의 길을 걸어오며 화룡점정을 찍어주신 대학 관계자(멋대로 상상한다) 두분께 감사.





다시 봐도 멋지다. 가지런한 자전거들도 멋지다.
여긴 왜 이렇게 하나같이 멋진거야. 나뭇잎까지도.





훗카이도 대학의 역사를 말해주는 나무와 건물. 이 대학의 박물관으로 쓰인다는데 한눈에 봐도 건물의 중후함이 느껴진다.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ㅜㅜ





잘 정리된 자전거들. 학교가 크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이분은 누구신가.
훗카이도 대학을 설립한 클라크 박사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아니다-_-;;;





이름모를 분의 흉상을 찍고 있는데 떽!구르르 하고 떨어진 요 도토리. 이렇게 딱 소리 나면서 떨어지는건 처음봐서 신기하다. 나무야, 나 먹으라고 떨궈준거니?





포플러 나무 길을 가리키는 표지판.
훗카이도 대학에 대한 로망을 완성시켜준 포플러 나무 길.. 드디어 보러 왔다!







근데..
포플러 나무 길이 맞긴 맞는데.. 왜 이렇게 빈약하니ㅡㅜ
실망감에 힘이 쭉 빠진다. 나무 좀 사서 가꿔놓고 그러지.. 태풍때 많이 뽑혀나갔다더니 복구 할 생각이 없나보다.





학교 안에 있는 연못.
연꽃이 곱게 피었다. 사진엔 나오지 않았지만 오리들이 꽤 많이 헤엄치고 있다.
평화로운 광경..

학교 구내식당이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점심을 여기서 먹을까 했는데 맥주에 홀랑 넘어가서 괴기까지 섭취하셨으니 그건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대학 후문의 은행나무 가로수길.
푸른 나무가 쫙 펼쳐져있는게 장관이다. 단풍들면 이 길이 그렇게 멋지단다.
내년에 단풍 들 때 또 와봐야겠다.

원래 크고 유서깊은 대학교에 환상이 많은 편이지만, 훗카이도 대학에 와보니 진정 이런곳에서 1년만이라도 공부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불쑥 생긴다.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공부에 대한 학구열을 불태우는 이곳 학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알고 있을까?

조금 서글프고, 많이 부럽고, 그래도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학교를 나섰다.


이제 나는 조성모가 온 국민의 마음속에 환상을 심어준 오타루로 간다.

아침이 밝았다.
전날 긴장하며 뛰어다닌 일 때문인지 몸이 찌뿌둥하다.
아침 일찍 훗카이도 대학에 가서 새벽 공기를 맡으려던 계획은 허공에 말없이 흩어지고.. 일단 민생고를 해결하러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1층에 있는 식당에 갔다.

평소엔 고급 고기 요릿집으로 쓰이는 듯한 곳이었는데 호텔 손님들을 대상으로 조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이 많아서 아침에 먹기에 부담이 없었고, 일식 위주의 식단이라 역시나 설탕 집어넣은 계란말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맛에 맞아서 맛있게 먹었다.

내가 왜 이곳에 3일 연박하지 않고 메뚜기처럼 하루 하루 숙박을 바꿨을까 땅을 치면서 짐을 싸고, 호텔에게 마음 속으로 깊은 애정을 보내며 체크 아웃을 했다.

오늘의 일정은 밤늦게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다음에 묵을 호텔에 미리 짐을 맡겨두고 이동하기로 했다.
삿뽀로-오오도리-스스키노-나카지마 고엔의 순서로 전철역이 이어져있는데 이번에 내가 묵을 숙소는 바로 나카지마 고엔, 즉 나카지마 공원 옆에 있는 큰 호텔이다. 크긴 하지만 워싱턴보단 조금 시설이 떨어진다고 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간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옆에 있는 공원 때문.

 

월요일 아침 삿뽀로 지하철 안의 모습. 출근시간이 지나서 한가하다.

짐을 호텔에 맡기고, 나중에 와서 체크인 하겠다는 말을 하고 가뿐한 몸으로 길을 나섰다. 오전중에 나카지마 공원에서 삿뽀로 역까지 전철 세 정거장을 걸어다니며 거리 구경을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걸음을 빨리 하면서 다니기로 했다.





일본엔 예쁜 경차가 많다. [이게 일본 차라서 예뻐 보이는거지 원래는 우리나라의 마티즈 급]이라고 한다면야 할 말은 없겠지만, 그 색감이 참 개성적이어서 좋더라.



스스키노 거리 끝의 꽃가게. 인테리어가 멋지다.



어렴풋이 내가 잡힌다. 이런..



꽃을 이렇게 작은 포장으로 판매하는게 센스 있게 느껴진다. 아침 출근길에 저런거 하나 사서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면 하루가 얼마나 상큼할까. 그러나 가격은 500엔. 우리나라 돈으로 4,000원.. 기분내기엔 좀 비싸구나.



가보고 싶었지만 끝내 갈 수 없었던 카니본가.
저기서 게 정식 먹으려면 5만원에서 9만원까지는 잡아야한다. 그 돈 내고 먹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혼자 가서 턱하니 상 받기 쪽팔려서 말았다. 사실 해산물은 그 돈을 주고 먹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다행이지)



맛 킹왕짱!
프레쉬니스 버거. 여기에도 있구나.
근데 스팸 버거는 무슨맛? 스팸맛? 생각만 해도 어우 짜..



작은 펍에서 맥주 홀짝일 기회를 여러번 노렸는데, 늘 사람이 너무 많아 멤돌다가 그냥 가야했다. 왁자지껄한 곳에서 혼자 술 마실 내공은 아직 없다. 지금은 편의점의 한정판 맥주로도 만족해용.



아아아아.. 나를 울게 했던 애완용품 가게의 강아지.
저거 실제로 보면 손바닥만하다. 미니 종류같은데,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저 어린걸 개 우리에 넣어서 팔려고 내놨더라.. 집에 있는 개가 생각나서 울컥 해서 나왔다.

 

우왓! 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맥도널드의 1인용 의자!
실제로 보다니 완전 신기하다+_+ 원래 저걸 보게 되면 들어가서 콜라라도 한잔 마셔볼까 했었는데 직접 보니 혼자 온걸 광고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앉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아침부터 부지런한 저 분은 맥도널드에서 공부 삼매경에 빠지셨네. 나는 관광에 빠졌답니다.





매일 스스키노 거리를 걸으며 훔쳐봤던 저널리스트 스탠다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들이 입을만한 의상과 가방등을 파는 가게인데 컨셉이 멋있어서 끌렸다. 남자친구 생기면 저런 컨셉으로 옷 한번 사주고싶다.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왼쪽 아래의 작은 포장마차에서 구운 옥수수를 파는데, 이것도 킹왕짱!! 정말 맛있다.
우리나라의 옥수수가 찰진 맛을 자랑한다면 여기의 옥수수는 아삭아삭한 맛을 자랑한다. 처음 먹어봐서 그런지 맛있고 신기하고 정말 최고였다. 한개에 300엔.

북해도에 왔으니 북해도 맥주를 마시러 가야지. 삿뽀로 공장에 가보자+_+



이 사진의 뽀인트는 색감이 예쁜 신호등.

가이드북에서 가르쳐준대로 갔더니 엄청 돌아간다.
그냥 삿뽀로역에서 가로질러 쭉 갔으면 나았을걸, 가이드북은 때로는 도움은 커녕 여행에 방해를 준다. (쳇)



드디어 삿뽀로 공장 도착~!



저 오른쪽 아래로 들어가면 안내데스크에 언니들이 있는데, 한국어로 된 브로셔를 줘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3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2층 1층 순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해야 한다는 점.







삿뽀로 공장이 생겨날때부터 지금까지의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들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허덕이고 있을때 맥주를 만들어서 잘도 마셨단말이지.. (-_-)







맥주 만드는 과정을 귀여운 인형으로 표현.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이 거대한 맥주 주조통이 실제로 씌였던 것이란다. 대단하다+_+





삿뽀로 공장의 현판들


 
1층 홀로 내려오니 삿뽀로 홍보 포스터들이 시대별로 쭉 진열되어 있다.



보고 한참 웃었던 다정한 맥주 세자매^^



아아아
내 평생 먹어봤던 맥주중에 최고!!!!

100엔이나 200엔을 내면 갓 만든 삿뽀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데, 대낮에 맥주 마시면 얼굴만 불콰해지고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아서 100엔짜리 작은 잔을 주문했다. 옆에 있는 빨간 치즈는 맥주를 시키면 선택할 수 있는 안주.

내가 원래 탄산 종류를 못먹어서 맥주 또한 가까이하지 않는데, 어머 이게 왠일.
한모금 입에 머금었는데 목넘김이 예술인거다. 나도 모르게 원샷 해버렸다..

200엔짜리 시킬걸. 200엔짜리 시킬걸. 200엔짜리 시킬걸. 200엔짜리 시킬걸. 200엔짜리 시킬걸.

더 먹고싶은 욕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시음하는 곳에 있는 알바생이 너무 잘생겨서ㅠㅠ 얼굴 벌개진 애가 잔 내밀면서 더 달라고 하면 너무 진상일거 같아서ㅠㅠ 그냥 참고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너무 아쉬워서ㅠㅠ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고 그 자리를 나왔다.



지금 현재 삿뽀로 맥주회사에서 밀고 있는 맥주 종류들. 북해도에 있는 동안 저기있는거 거의 다 먹어본거 같다.



저 무심한듯 시크하신 모델아저씨를 봐라.. 맥주 안마시면 한대 때리게 생기지 않았는가.
먹어줘야지.



부드러운 맥주. 이 괜히 붙어있는게 아니란다.



맥주를 마시고 공장을 나서니 옆에 맥주와 징기즈칸 고기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

그래, 아쉬운 생맥주와 못먹었던 징기즈칸을 여기서 해결하는거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저 가게 안으로 척척 들어갔다. 원래 계획은 점심을 간소히 먹고 훗카이도 대학에 가서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캠퍼스를 관람하고 어쩌고 였지만, 배고픔의 욕구 앞에 장사 없다.





대낮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맥주와 고기의 조합에 찬성을 보이며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



커흑.. 내 어찌 이런걸 마다하고 관광을 할 수 있겠는가!

완전소중 맥주에 살살녹는 양고기가 나를 보드랍고 상냥하고 우아하게 만들어주었다.
나중에 가격을 보고 잠깐 흠칫했지만. 1,800엔.

양고기 한 점, 양배추 한 조각까지 다 해치우고, 맥주도 마지막 한모금까지 꼴깍 삼킨 후 나는 가게를 나섰다.
오늘의 미션이 아직 두가지나 남았는데 여기서 퍼질 순 없지. 훗카이도 대학에 갔다가 오타루까지 가야하는데..
발걸음이 빨라진다.

친구들과 헤어져 모노레일을 타고 전철역으로 되돌아 가는 길.
속박에서 해방된 느낌과  홀로된 것에 대한 두려움, 앞으의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뒤섞여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오다이바에 와서 아무것도 못보고 그냥 가나 싶었는데 모노레일 안에서 볼건 다 본다^^;
레인보우 브리지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가는구나~



축구 하는 초딩들
운동장이 깔끔하다
우리나라 초딩들은 흙바닥에서 뒹굴면서 잘도 하지만, 이런데서 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
아닌척해도 이런건 참 부럽다.

 




저 건물은 대관절 어떤 곳이기에 입구에 저런걸 장식했을까?



아이디어 기발+_+ 젖소님들 한가하게 누워있는 저 틈에 껴서 낮잠 자고 싶구나~



햇볕은 쨍쨍 내 마음은 반짝!

전철역에 보관해둔 트렁크를 찾아 하마마츠쵸 역으로 가서 도쿄 모노레일 쾌속을 탄다.



강가에선 물놀이가 한창이다. 저들도 관광객일까?


이번 여행의 대박 뻘짓.
하마마츠쵸에서 공항까지는 직행은 20분, 완행은 30분이 걸린다. 나는 완행을 타고 여유롭게  셀카도 찍고 창밖도 보면서 가다가 국내선인 제 1청사에서 내렸다. '1청사는 국내선, 2청사는 국제선이니 1청사에서 내리면 되겠구나'.
국내선 타는데 한 시간 넘게 시간 여유를 두고 왔으니(보통 국내선은 탑승 20분 전까지만 수속하면 된다) 얼른 체크인 수속하고 점심 먹을 요량으로 트렁크 질질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탈 ANA항공 접수처가 안보이는거라. 그 넓은 공항을 이리저리 헤메다가 결국엔 항공권 바우쳐를 들고 가 안내데스크에 갔다.

나 : where is this voucher exchange place?

1초만에 나온 그 여자의 대답. ANA 항공은 국내, 국제선 모두 2 청사를 쓴댄다.
 
헉.. 어쩐지 아무리 둘러봐도 ANA 항공 로고가 안보이더라니!
시간 여유두고 오길 잘했다 생각하면서 다시 모노레일 티켓을 발권하고 2청사에 가기 위해 서둘러 역으로 내려갔다. 근데 내려가니 모노레일에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는거다. 곧 문이 닫힐 것 같아 얼른 탔지.
모노레일이 출발하는데.. 이상하게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다시 하마마츠쵸로 가는 모노레일을 탄거다-_- 그것도 중간에 멈추지 않는 급행을.

지쟈스!!!!!!!!!!!!!

하마마츠쵸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치면 한 시간 가까이 소요돼서 체크인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돼버렸다. 날씨는 좋고 사람들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내 속은 타들어간다ㅡㅜ
하마마츠쵸에 내리자마자 그 무거운 트렁크를 아예 한 손으로 번쩍 들고 냅다 뛰어 올라가 반대편 게이트로 다시 내려오니, 나랑 같이 내렸던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날 주목한다.

피 같은 10분을 기다려 완행 모노레일을 타고(정작 이럴때 급행은 안와-_-) 정거장마다 느릿느릿 내리는 사람들을 저주하면서 발을 동동 굴러 드디어 제 2청사에 진입했다.

시간은 1시 45분.. 내 바우쳐에 적인 비행기 출발 시간은 2시..

눈물이 찔끔 나는걸 꾹 참고 열라 뛰었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ANA항공 발권하는데가 어디냐고 물으니 티켓을 보고 안됐다는 표정을 짓는 도우미 언니. 말없이 손가락 세 개를 든다. 3층에 있다 이거지. 아직 2시가 안됐으니 어떻게든 우겨보자 생각하면서 3층까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우당탕탕 트렁크를 부딪혀가며 무서운 기세로 올라간다.

올라가서 드디어 ANA항공 발권창구를 찾아갔다. 바우쳐를 내민 시간은 1시 50분. 창구의 언니는 스미마셍 이러더니 좀 전에 탑승 마감이 끝났댄다. 5분만 빨리 왔어도.. 5분만..

땀을 질질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나를 두고 ANA항공의 창구 언니는 한참을 다른 승무원들과 상의하고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이렇게 묻는다.

한 시간 후에 가는 비행기가 있는데 그거 탈래요? 티켓 교환해드릴께요.

어.. 어어어어! 맞다. 나는 할인티켓이 아닌 정상 금액을 모두 주고 국내선 왕복 항공권을 구입한 것이었다.
그러니 다음 시간에 비행기가 있으면 자리가 있을 경우 그걸 탈 수 있었던 것.

돈 굳었다!!! 시간도 겨우 한시간 딜레이!!!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는 나를 보더니 그 언니도 덩달아 웃는다.
다행이다.



이게 그 문제의 항공권. 나는 이걸 발권받기 위해 죽을 힘을 써서 몇 백 미터를 뛰어다녀야 했다.

한숨 돌리고 나니 배가 꾸르륵거린다. 그래, 너 아침 먹고 여지껏 굶었구나.
공항 1층에 가고싶었던 프레쉬니스 버거 가게가 눈에 띈다.
차라리 한 시간 늦게 가서라도 이거 먹고 가는게 낫다 싶다. 전화위복인건가 싶어 웃음까지 났다.
오리지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쓸어담듯 맛있게 먹고, 또 늦으면 정말 큰일이다 싶어 얼른 탑승 게이트를 찾아 갔다.
 

이제 정말 간다. 북해도로 간다!
웃음이 사정없이 비어져나온다.



꺄악! 저게 무엇인고!
말로만 듣던 피카츄 비행기!!
자책으로 살짝 침체되어 있던 마음을 가뿐히 사라지게 해준 깜찍한 저 비행기. 쵝오!




하늘은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별게 다 피카츄다>_<
나중에 보니 뒷자리에 앉은 어린아이에게 피카츄 엽서를 주길래 나도 달라고 해서 두 장 받았다.
친구들에게 기념 엽서를 쓸까 하다가 그냥 다이어리속에 끼워넣었다.








어느덧 훗카이도 도착.
개척지라 그런지 밭이 반듯반듯하다.

여기서 오늘의 두번째 뻘짓. (또냐..)

10-12일 3일간 쓸 훗카이도 패스를 한국에서 미리 구매 해 갔다.

훗카이도 패스란, 3일간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티켓(14만원)
이 티켓을 직접 개찰구의 승무원에게 보여 준 뒤 통과해야 한다.

치토세 공항(북해도 공항)에 도착해 훗카이도 패스를 먼저 발권하러 갔다.  JR 예매소에 들어가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3일치 좌석 티켓까지 모두 발권했다. 그러고 룰루랄라 즐거운 마음으로 모노레일을 타러 갔는데.. 이쁜 비행기 타고 맛있는 햄버거 먹고 3일치 좌석까지 훌륭하게 예약해서 너무 즐거운데다 무적의 3일 패스가 생겼다는 자신감에 찬 나머지 그 패스를 개찰구의 승무원에게 내밀어 버린거다. 그 사람은 당연히 개시 도장을 찍어줘버렸고.

행복에 가득차 삿뽀로행 모노레일에 몸을 싣고 가고있는데, 삿뽀로 역 근처까지 가서 생각이 났다.

근데 왜 내가 패스를 개시한거지? 나는 그 패스 내일부터 쓸 생각이었단말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지막날에 하코다테까지 기차타고 가야하는데 그냥 기차표를 구입하면 12만원이나 내야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마지막날엔 꼭 패스를 써야하는데.. 이걸 첫 날 고작 1,040엔짜리 모노레일 티켓을 위해 패스를 개시해버리다니..

미쳤나봐.. 정말 미쳤나봐..

비행기 표 때문에 그 고생을 하고서도 정신을 못차렸나보다. 이젠 어이없어 말도 안나온다.

공항에 되돌아가자. 가서 JR패스를 발권해준 언니에게 사정해보자.
내가 내일부터 패스 쓴다고 스케쥴표까지 보여주고 좌석까지 예매해놓았으니까 실수로 이랬다는거 알아줄지도 몰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내가 너무 한심해져서 눈물이 나왔다. 혼자 여행한다고 신나서 계획짜면서 이런 바보같은 실수들로 고생하는게 너무 어이없고 챙피해서 눈물이 나더라.

일단 삿뽀로 역에 내려 30분을 기다려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갔다. 트렁크를 맡길 곳이 없어 그 무거운걸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이 설움. 이 바보같은 짓..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JR 예매소에 들어가 나와 상담했던 언니를 찾았다. 그리고 그 언니에게 말없이 패스를 내밀었다.

그러자 언니가 패스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괜찮다는 표정으로 바로 티켓을 재발권해주는거다ㅠㅠ
언니 완전 사랑해요.. ㅠㅠ

별 말도 필요없이 우린 눈빛으로 티켓 재발권의 거사를 치뤘다. 그리고 가슴에 패스를 꼭 안은채 90도 각도로 인사하고 얼른 그 곳을 빠져나왔다.

모노레일 티켓을 발권하고 개찰구를 지나 삿뽀로행 모노레일을 다시 타니 왜 이렇게 다시 실실 웃음이 나는지.
후련해진 마음으로 삿뽀로 역에 도착했다.



이게 그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모노레일 티켓. 이걸 돈 주고 구입해서 탔어야했는데.



이게 삿뽀로 역사.
낮에 친구들과 헤어져 두번 뻘짓하고 삿뽀로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다. 하루가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치만 무사히 삿뽀로에 도착했다는 기쁨이 그간의 고생을 보상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삿뽀로 역 옆에 위치한 다이마루 백화점. 원래 여기서 쇼핑하고 싶은게 몇 가지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끝내 못갔다.



오른쪽의 높은 흰색 건물이 내가 하루 묵어갈 워싱턴 호텔.
혼자 다닐 때 만큼은 호텔로만 다니기로 했다+_+



체크인 하고, 다음날 먹을 조식까지 예매해놓고 올라온 14층. 여기는 여성 전용이라 레이디 전용 카드가 없으면 아예 올라올 수가 없다. 왠지 안심이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렇게 깔끔할수가!
침구가 깔끔하고 침대 옆의 탁 트인 전망 최고! 누워서 내려다보면 삿뽀로역이 한눈에 보인다.



침대 옆은 통마루판으로 되어있어 맨바닥에 바로 발이 닿는 걸 방지해주고 물건을 놓을때도 편리하다.



다이마루 백화점이 한눈에 보여용.. 하하하하



침대 발치엔 LCD 티비와 동그란 가습기, 미니 냉장고, 가방 받침대 등이 있다.



발을 쭉 펼 수 있는 깊은 욕조가 있어 반신욕할때 딱이다.



레이디 플랜으로 가입했더니 이것저것 어메니티가 한가득이다+_+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으로 밖으로 나왔다. 삿뽀로역 앞에 있는 호텔에서 오오도리를 거쳐 스스키노 시내까지 걸어간다. 말로는 전철 두 정거장이라지만 20분이면 걸어갈만큼 간격이 작다.

세이부 백화점을 지나쳐가며 한컷. 엄청 흔들린다.



오오도리 공원에선 삿뽀로의 상징인 텔레비젼 탑이 전구를 밝히고 있다. 오후 9시부터 30분간만 색이 다양하게 변화한다는데 마침 그 시간에 딱 걸려서 한참 구경했다.







여기가 바로 향락의 도시 스스키노. 삿뽀로 제일의 번화가다.
번쩍번쩍한게 눈이 휘둥그레진다. 삿뽀로에서 오오도리까지는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더니, 다 여기로 모여들었나보다.

북해도 까페와 여행 책자에서 공통으로 추천하는 징키스칸이라는 양고기 전문점이 있다. 여행 첫 날이니 맛있는거 먹고 힘내자 싶기도 하고, 일본은 혼자 밥먹는걸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용기내어 고깃집에 가기로 했다.

스스키노 거리를 두 번 돌고서야 징기즈칸 요릿집을 찾을 수 있었다. 줄이.. 가게 밖으로 20미터는 넘게 서 있는 듯 했다. 현지 일본인들, 대만 중국 관광객들, 한국 관광객들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길게 서있었는데 그 줄의 꽁무니에 서서 30분 간 기다리다가 반도 안 줄어들길래 포기해버렸다.

고기 안먹고 만다! 

시부야에서 먹었던 감동의 라멘이 생각나 뜨끈한 국물로 요기를 하자 싶어 이번엔 라멘요코초엘 찾아 갔다.
안양 시장의 순대골목처럼 한 골목이 전무 라멘집으로 되어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제일 유명한 라멘가게인 '만류 라멘'과 그 맞은편에 훨씬 줄이 긴 라멘가게가 나란히 있었다. 고민하다가 사람이 더 많은곳이 맛있겠지 싶어 그쪽에 줄을 섰다. 누가 다 먹고 비켜야 앉을 수 있는 자리인탓에 결국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그 유명하신 라멘 맛을 볼 수 있었고, 시부야만큼의 기대에 못차 눈물을 흘리며 가게를 나와야 했다ㅜ

알고보니 일본은 지역마다 라멘의 종류가 틀린데 북해도의 특색은 꼬들꼬들하고 굵은 면발이었으니 시부야의 야들야들한 맛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한시간 반을 기다려 라멘 한그릇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고 배는 부르고 아이쿠야 좋구나~
편의점에 들러 북해도 한정판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들어왔다. 북해도에 있는 내내 한정판 맥주를 마시리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니 여기가 천국 같다.



밤에 살짝 비가 내렸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드러운 순면의 잠옷을 입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창가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중에 하나였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찍으려다가 창 밖이 더 보기 좋아 그곳을 찍었다.
이렇게 좋을수가.







티비를 켜니 내가 좋아하는 야기라 유야가 나온다.
짜식.. 그새 자랐다.
<아무도 모른다>에서의 그 서늘한 눈빛을 가진 소년을 티비에서 보다니. 좀 자랐지만 포스는 여전하다.
얘기 최연소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한애다. 기억하자.





티비를 틀어보니 토호신기! 가 나온다.
한국에선 꽤 인지도 있는 탑 아이돌중에 하나인데 여기선 밤 열한시에 초딩들하고 농구 게임을 한다.
이런이런..

일기를 쓰고, 맥주를 마시고, 티비를 켜놓은채 잠자리에 든다.
푹 쉬고 내일부터는 강행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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