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나서니 구름이 장관이다. 시내 구경은 다음날 하기로 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경 구경을 하러 산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호텔 옆쪽에 있는 예쁜 벤치. 부티크 호텔이란걸 알리기 위해 여러모로 고생한다.





사실 픽업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가 이 차다. 클래식 차로 손수 픽업해준다고 하는데, 이런걸 타고 고작 5분 달리려니 미안해서. 생각해보니 내가 미안해할 이유가 없는데, 난 왜 가끔 이렇게 뻘짓을 하지?







전차가 참 예쁘다. 타는 방법을 몰라 끝내 타지 못했다.
그냥 전철같으려니,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ㅡㅜ





럭키 삐에로인줄 알고 한참 서서 생각했던 건물.
이동네 건물들이 이렇다. 좋게 말하면 고전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황량하다.
지나는 사람도 관광객뿐이고.. 다들 어디 가셨습니까?





이제 슬슬 노을진다.
발걸음을 서두르자.





하코다테 야경을 보러가는 길에 일본 개화기때 세워진 유명한 성당과 교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이곳은 하리스토스 정교회. 일본에 최초로 그리스 정교를 전파한 곳으로 유명하단다.
무교인데도 성당앞에 서면 늘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젠가 스스로 찾아가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날이 있으리라.





성 요한 교회.



 





하코다테 러시아 정교회.
모두 안에 들어가려면 시간에 맞춰가던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아름다운 장식들이 있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게 한곳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리프트 타러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저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한다. 무슨일이지?





아.. 여기는 하치만자카!
도로가 바다로 이어진 이 아름다운 길을 드디어 왔다.

리프트 타러 가야하는데 발이 안떨어진다.
나처럼 혼자 와서 사진 찍은 일본 관광객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흔들리게 나왔지만 이정도 나온것만해도 다행이다. dslr은 빛의 양이나 손의 흔들림 정도에 따라 찍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찍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자는 흔들려서 내가 그나마 낫게 나왔다고 하기도 했다-_-)


리프트권을 내고 줄을 선다. 전망대에 올라갈땐 리프트권으로 빨리 올라가고, 내려갈땐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패키지를 낮에 역에서 미리 사뒀다. 남산타워 리프트의 두 배 정도 더 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발 아래로 조금씩 하코다테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 펼쳐진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야외 전망대에 서 있지만 그순간에는 나 혼자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여기 오려고 일본에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 잘 왔다.

그렇지만..
북적이는 사람들 가운데에 혼자 있으려니 너무 외로웠다. 서로 찍고 찍어주는 다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온 사람들은 나밖에 없어보였다. 이 카메라는 남이 찍어주기 어려운거라 섣불리 부탁하기도 힘든데, 하다못해 한국 사람이라도 있으면 설명해주고 찍어달라고 부탁할텐데..

그때 어디선가 "엄마!"하는 한국말이 들린다. 아래를 보니 어떤 한국인 가족들이 오손도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꼭 껴안고 사진찍는 그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 아빠도 같이 오셨으면 좋았을걸.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곳도 가보고, 평생 효도여행 한번 못보내 드렸는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게 혼자 여행왔다.

울적해진 마음으로 전망대를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을 돌아 내려오는 길, 버스의 불을 모두 끄고 전망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내일이면 간다. 내일이면 부모님을 뵐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마무리 잘하자.





전망대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밤길은 어둑어둑하고 거리의 불빛은 가게 중심으로 환하다. 늘 지내던 화려한 시내가 아닌, 진짜 관광지의 밤은 외롭다. 책에서 보던 해산물 덮밥을 먹으러 갈까 했는데 가게 안에 보이는 다정한 사람들 틈에 혼자 껴 앉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 (그치만 다음번에 가면 꼭 먹으러갈거야)





호텔 근처에는 항구가 있는데 밤 불빛이 따뜻해보여서 잠깐 앉아있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 생각도 나고, 마음도 가라앉히고 싶고, 다리도 아프고.. 짠 바다 냄새를 맡으니 기운이 난다! 내가 언제 여행와서 외로워 보겠느냐 생각하니 웃음이 비질비질 난다. 이게 왠 청승이야.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옛날엔 창고로 쓰였다던 곳. 오타루처럼 안을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나중에 애인이랑 꼭! 하코다테에 와서 가로등 아래를 팔짱끼고 걸으며 여기 와서 제일 비싼거 먹어야지! 흥!





오호~ 럭키 삐에로! 여기 치킨버거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용케 발견했다.
맛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일부러 찾아가긴 귀찮고 해서 지나가다 보이면 먹으려고 했는데, 이제보니 내가 이걸 먹으려고 그렇게 좋은 식당들을 마다했었구나 싶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테이크아웃해서 호텔에 돌아왔다. 잘생긴 서버청년은 맡아놓은 키를 주며 재밌게 구경했냐고 묻는다. "ofcourse. thank you"  과하게 친절한게 이럴땐 반갑다.





오늘의 만찬 쨔잔~
북해도 한정판 맥주, 럭키 삐에로 넘버원 인기메뉴인 치킨버거, 감자튀김, 우유푸딩♡

남김없이 해치우고 티비를 틀어놓고 눕는다.
맥주를 마시며 지난 날들을 생각하니 어느새 마지막 밤이구나.
찍은 사진들을 되돌아보며 잠자리에 든다.
마지막까지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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