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슬 좋은 노부부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꼭 보러 가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있다가, 나중에, 볼 기회가 있겠지 하며 미루는 나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온 이들이 엉엉 울고 나왔다더라, 대성 통곡을 한다더라, 감정 소모가 크더라 하기에

울적하고 슬픈 내용을 지금 심정에 담고 싶지 않아서인가 어림 짐작 했었지만

곧 깨달았다

 

 

나는 부러웠던 것이

세상에 저리 늙도록 한 사람을 아끼는 순애보가 또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람이 내게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찌보면 단순하고 유치한 질투,

그러나 원초적일 수밖에 없는 부러움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저리 굳건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팔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을 이어오면서

서로를 위하고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보듬어줄수 있었을까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들이 쌓아온 세월의 더께도 한 몫을 했겠지

둘이 아이 열 둘을 낳고, 그중 여러 이유로 여섯을 잃고 다시 오롯이 둘이 남기까지

그 긴긴 시간을 둘이 손 꼭 잡고 지나왔겠지

 

 

사랑은 믿지만 그 영속성은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더없이 부럽고 또 부러운 은발의 연인들을 보았다

아름다운 동화를 한 편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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