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비견되는 소설'이라니, 얼마나 건방진 홍보문구인가.
내가 비록 기독교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고 성서의 진실성에 확신조차 없지만
성서에 담겨있는 내용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은 안다.


이 건방진 소설, 로드.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등극될 때는
출판사의 홍보 전략이 치밀한 경우가 많다.
사람을 자극하는 홍보 문구는 거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얼마나 대단한 소설인지 읽어나 보자'는 생각 또한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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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지구에 대재앙이 일어난 후 재만 남은 황량한 곳에서
살아남은 부자가
바다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비극적인 세상은
암담함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인간사냥꾼을 피해다녀야 하는 날들, 굶주림의 극한까지 내려가는 삶은
삶을 지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남자는 대재앙 속에서 태어나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줄 아는
어린 아들을 희망삼아 삶을 지속해간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책 속의 부자가 처한 상황은

유태인이 아우슈비츠에서 겪어야 했던 절망과 희망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과 이웃들이 죽어가고 그것이 언제 자기에게 닥칠지 모를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신들의 경험과 삶에의 끈질긴 끈을 놓지 않았던 그들의 인내.


성서와 비교할 가치를 찾지 못했고
결말이 확 와닿는 것도 아니고
책 '눈 먼 자들의 도시'나 만화 '세븐시즈'를 봐서인지
그들의 극한 상황이 아주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의 희망, 그것이 사람을 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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