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소설이
단편집인줄 미처 몰랐네.
그저 작가가 필력이 좋은 유명한 사람이라 책으로 읽고 싶었을 뿐이고
언니가 책을 사준다고 했을 뿐이고
브래드 피트와 이름 모를, 그러나 유명한 여자 배우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찍은 영화가 곧 개봉할 예정이고
의외로 호평을 받아 볼만한 영화에 올랐다고 하기에 궁금했을 뿐이고


책을 받아보니
약간 재생지 같은 가벼운 질감에 두툼한 것이 마음에 들었고
활자체나 글간격도 거슬리는게 없었고
그래서 저녁시간에 쭉쭉 읽어내려가보자 생각했는데


어라
내용이 막 나가는거라.
제목에 이미 스포가 되어있듯이
벤자민 버튼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점점 어려진다는게 포인트인데
심리적 갈등내용 없이 진도가 쭉쭉 나가네.
그러더니 뚝 끊기네.
단편 끝났네.


ㅡ,.ㅡ


내가 이런 이야기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을때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는 법이라고요~
장편인줄 알고 읽었는데 단편으로 뚝 끊기면
독자가 얼마나 놀라는지 아시는가.
아무리 잘쓴 이야기라도 '이게 끝이니''진짜 이게 다니' 하게 된다고요.


그래도 그 당혹스러움을 배제하고 본다면 글 자체는 재밌었다.


학교에서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글만, 게다가 때로는 이해 안되는 난해한 소설들에
밑줄 긋고 뜻을 파악하며
마치 중고딩때 국어 시간에 글 배우듯이 공부하는데
가끔은 이런 소설처럼
그 의미 파악이나 문장의 아름다움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로서의 글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글을 공부하는 것처럼 읽을 수는 없지 않나.
천운영의 바늘을 읽고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을듯한 내용에 짜증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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