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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결혼을 하고 나서는(결혼한 것은 스물두 살 때였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는 일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음식점을 경영했기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는 일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참으로 당연한 일이지만-몸소 배웠다. 그 결과 다소 일그러진 형태를 취하고 있기는 하나, 사회성 같은 것도 서서히 몸에 익혀갔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20대의 10년 동안 나의 세계관은 적지 않게 변화했고, 인간적으로 얼마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온갖 경쟁과 다툼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살아남기 위한 실전적인 요령 같은 것을 터득해왔던 것이다. 이 10년간의 그 나름대로 힘든 생활 체험이 없었다면, 소설 같은 걸 쓰는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고, 또 쓰려고 생각해도 틀림없이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긴 해도 사람의 기본적인 성격은 그다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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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주위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특정한 누군가와의 사이라기보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사이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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