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신작 [종의 기원]을 읽었다.

 

대중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인데 촘촘하게 엮은 날줄과 씨줄 덕분인지 전혀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뭘 이렇게까지 했지, 싶을 정도로 빡빡하게 써댔다.

내 소설 만만하게 보지 마, 온 힘을 다 해 썼다고. (-> 이런 기분이랄까)

 

개인적으로 두 번 펼쳐 볼 책은 아니어서, 구입해서 읽고 바로 되팔아버렸다.

흡입력은 좋으나 정신적인 피로를 너무 몰고와서.. 

기진맥진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인건지, 아니면 내용에 질려버려서 두 번은 안 펴보고 싶은 건지. 둘 다 겠지?

 

 

요새 엄청 핫한 한강 작가를 비교해서 얘기하자면 

한강 작가는 연포탕처럼 심플하고 맑으면서도 도톰한 맛을 내는 글을 쓴다면

정유정 작가는 MSG를 잔뜩 쳤는데 맛있어서 눈 감고 먹게 되는 제육볶음 같은 글을 쓴다.

정신병자, 돌림병, 살인, 복수, 게다가 이번엔.. (스포니까 생략) 

 

대중적인 헐리웃 싸이코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볼만 하고

그런 코드가 안맞는다면 so so.

 

 

 

 

 

 

 

어느 방송 PD가 쓴 글.

 

 

-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애가 닳도록 보고싶어요

뒤돌아 가던 순간부터
까무룩 잠이 든 꿈에서 까지
당신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요

겨우 반나절이 지났을 뿐인데
아직도 하루 반나절이 더 남았는데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해요

더 다정하게 말 해 줄걸
더 따뜻하게 안아줄 걸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天將降大任於斯人也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에는
必先勞其心志
반드시 먼저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苦其筋骨
육체를 괴롭게 하며
餓其體膚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窮乏其身行
생활을 궁핍하게 하여
拂亂其所爲
하는 일마다 되는일이 없게 한다.
是故 動心忍性
이는 이 사람의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인내심을 키우게 하여
增益其所不能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맹자

생일 축하해요~~!!
사랑하는 오빠님^^



​​​​​​​

이제 몇 시간 후면 오빠를 만날 수 있어요

주말 새벽인데 신이 납니다^^


떨어져 있는 시간 내내
나는 줄곳 한 가지 생각만 했어요


오빠가 보고 싶다


컴퓨터를 하는 데도
밥을 먹는 데도
친구를 만나는 도중에도
온통 오빠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 뿐이었어요

긴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이제 다시 당신 곁으로 갑니다


곧 만나요
내사랑

 

공부에의 실낱 같던 끈이 뚝, 떨어졌다.

명예 동인으로 떨어졌으니 실질적으로 공부 터에서 나가라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늘 몸도 힘들고 수업도 지루해서 그만 두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정작 타의로 그만두게 되니 충격이 몹시 크다.

 

이 회사에 들어와, 아니, 사실 그 전부터 과제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에 참여하기만 급급했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글 쓰는 것만이 사는 희망이고 목표였는데

이제는 한 달에 책 한 권 읽는게 버거울 만큼 도통 신경을 쓰질 못한다.

배움에의 욕구가 사라진 것은 아닌데 생각만큼 의욕이 따라주질 않는다. 

 

살면서 한 번도 읽고 쓰는 인생 외에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것에 소홀히 하면서 나는 어떤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나태해지고 무뎌진 일상에 큰 파장이 일었다.

변화가 필요하다.

 

 

 

꿀단지님 연락도 못 보고 또 잠들었다
오후 여섯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아침 아홉시까지..

사람인가
잠 자는 짐승인가
ㅠㅠ

맨날 기절한다

우리 꿀단지님 차 고장난거 결과도 못 듣고
집에 잘 갔는지 안부도 못 묻고
이게 뭐냐

영화를 본다고? 책을 본다고?
꿈속에서 실컷 봤겠지ㅠㅠㅠㅠㅠㅠ

스트레스 받으면 잠 못 자는데
요새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엄청난데
근데 그걸 꿀단지님이 상쇄해주고 있나보다
무지 잘 잔다
내 입으로 불면증 있었다고 하기 무안할 만큼;


꿀단지님 보고 싶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고 싶더니 하루 종일 생각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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